해외에 특허를 받으려면 결국 그 나라 특허청에 출원해야 한다. 경로는 둘 중 하나다. 우선일로부터 12개월 안에 각국에 직접 출원하거나(파리조약 직접출원), 우선일로부터 12개월 안에 PCT 국제출원을 한 뒤 30~31개월 안에 각 지정국으로 진입하거나. 한국은 후자의 경우 특허법 제201조에 따라 우선일로부터 31개월 이내에 국어 번역문을 제출하면 된다.
두 경로는 출원일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의사결정 시점·번역료 부담·심사 진행 방식·감면 혜택이 모두 다르다. 이 글은 한국을 진입국 또는 수리관청으로 둔 두 경우, 즉 한국 출원인이 PCT로 해외에 나가는 경우와 외국 출원인이 PCT로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 모두를 다룬다.
PCT 국내단계 진입과 일반 출원의 핵심 차이
파리조약 직접출원은 우선일로부터 12개월 안에 각국 언어 번역문과 출원서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 출원국이 5개국이면 12개월 안에 5건 분량의 번역과 대리인 선임을 끝내야 한다. 반대로 PCT를 거치면 국제출원 시점에는 한국어·영어·일본어 중 하나로만 작성하면 되고, 각국 진입은 우선일로부터 30~31개월 시점까지 미룰 수 있다.
이 19개월의 시간 차이가 PCT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다. 시장성이 확인되지 않은 발명의 경우 우선일로부터 18개월에 작성되는 국제조사보고서(ISR)를 받아본 뒤, 어느 국가로 진입할지 결정할 수 있다. 권리획득 가능성이 낮다면 국내단계 진입을 포기해서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 구분 | 파리조약 직접출원 | PCT 국내단계 진입 |
|---|---|---|
| 기한 | 우선일로부터 12개월 | 우선일로부터 30~31개월 |
| 언어 | 각국 언어로 출원 | 한국어·영어·일본어 중 하나 |
| 번역 | 12개월 내 각국 언어 번역 | 진입 시점에 각국 언어 번역 |
| 사전 심사정보 | 없음 | ISR·견해서·IPRP 활용 가능 |
| 기본 비용 | 낮음 (PCT 수수료 없음) | PCT 국제수수료 약 1,330 CHF 가산 |
| 심사청구료 감면 | 없음 (한국 진입 기준) | KIPO 작성 ISR/IPRP 첨부 시 70% 감면 |
출원일 효력은 동일
PCT 국제출원이 인정되면 모든 지정국에 정규의 국내출원이 제출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 즉 PCT 출원일이 곧 각 지정국에서의 출원일로 인정되며, 신규성·진보성 판단 시점이 동일하다.
31개월 기한, 한국 KIPO의 특수성
PCT 조약 자체는 30개월을 기본 기한으로 정하지만, 회원국마다 자국법으로 이를 연장할 수 있다. 한국·EPO·호주·인도·러시아는 31개월, 미국·일본·중국·캐나다는 30개월을 적용한다. 하루 이틀 차이로 보이지만, 외국 본사가 일률적으로 30개월로 관리하다가 한국 31개월을 놓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반대로 한국 출원인이 미국 30개월을 한국 기준으로 보고 31개월에 진입하면 그 출원은 미국에서 취하 간주된다.
기한 내에 국어 번역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그 출원은 취하된 것으로 간주되고(특허법 제201조 제4항 취지), 사실상 회복 수단이 매우 제한적이다. 룩셈부르크와 탄자니아는 우선일로부터 19개월 이내에 국제예비심사를 청구한 경우에만 30개월 기한이 적용되는 등 예외도 있다.
기한은 우선일 기준
31개월의 기산점은 PCT 국제출원일이 아니라 가장 빠른 우선권 주장일이다. 우선권 주장이 없으면 PCT 출원일이 곧 우선일이 된다. 우선권 주장이 여러 건이면 가장 이른 우선일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한국 출원인 입장: PCT를 언제 쓰는가
한국 출원인이 미국·유럽·중국·일본 4개국 진입을 검토할 때, PCT 경로의 실익은 시간 외에도 절차 단순화에 있다. 12개월 시점에는 한국어 PCT 출원 1건만 준비하면 되고, 각국 번역과 대리인 선임은 시장 검증 후 30개월 시점에 결정한다. 이 시점에는 ISR과 견해서를 받은 상태이므로, 권리화 가능성이 명백히 낮은 청구항은 진입 전에 보정·삭제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국은 2024년 PCT 국제출원 23,851건으로 5년 연속 세계 4위를 기록했고,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같은 해 상위 5개국 가운데 미국·일본·독일이 모두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한국만 의미있는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진출이 일상화된 한국 기업에게 PCT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표준 절차에 가깝다.
외국 출원인 입장: 한국 진입의 실무 포인트
외국 출원인이 한국에 진입하는 경우, 우선일로부터 31개월 이내에 국어 번역문과 국내서면을 KIPO에 제출해야 한다. 외국어로 출원된 국제특허출원은 발명의 설명·청구범위·도면(설명 부분)·요약서를 모두 국어로 번역해야 한다. 한국은 외국어 특허출원을 영어로만 인정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한국 진입 시 심사청구는 별도 신청 사항이고, 출원일로부터 3년 이내에 심사청구료를 납부해야 심사가 개시된다. 한국 KIPO가 ISR 또는 IPRP를 작성한 경우 심사청구료의 70%가 감면된다. EPO가 ISR을 작성한 경우에도 10% 감면이 적용된다. 이 감면 폭이 KIPO 수리관청을 활용하는 강력한 유인이 된다.
번역료와 비용 구조
PCT 경로의 추가 비용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국제단계의 PCT 국제출원료(약 1,330 CHF), 국내단계의 KIPO 출원 수수료, 그리고 양 단계 모두에 걸친 번역료다. 번역료는 명세서 분량에 비례해 한·영 기준 단어당 또는 페이지당으로 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 국제출원료(IB): 약 1,330 스위스프랑, 전자출원 시 최대 300 CHF 감면
- 국제조사료(KIPO 수리관청 기준): 450,000원
- 송달료: 45,000원
- 한국 국내단계 출원 수수료: 일반 출원과 동일 체계(전자출원 기준 46,000원, 청구항 1개당 가산)
- 심사청구료: 일반 청구료에서 KIPO ISR/IPRP 첨부 시 70% 감면
- 번역료: 명세서 분량·언어쌍에 따라 변동 (실무상 가장 큰 변수)
한국 KIPO 진입 시 핵심 수수료 (개인·중소기업 감면 미적용)
- 국내단계 출원료
- 46,000원~ 전자출원, 청구항 1개당 추가 가산
- 심사청구료(기본)
- 143,000원 + 청구항당 44,000원 KIPO ISR/IPRP 첨부 시 70% 감면
- 번역료(시장 평균)
- 건당 200~500만 원 분량·언어쌍·납기에 따라 변동
감면을 노린 ISA 선택
한국 KIPO를 국제조사기관(ISA)으로 지정하면 한국 진입 시 심사청구료 70% 감면이 적용된다. EPO ISA를 쓰면 한국에서는 10%만 감면되고, 미국 USPTO ISA는 한국 감면 대상이 아니다. 한국이 주요 진입국이라면 ISA 선택만으로 수십~수백만 원이 달라진다.
일반 직접출원이 더 나은 경우
PCT가 항상 답은 아니다. 진입 대상이 1~2개국으로 명확하고 즉시 권리화가 필요한 경우 PCT 국제수수료가 순수한 비용 증가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PCT는 지정국마다 새로운 심사를 받게 되므로 심사가 이중적으로 진행되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직접출원에서는 국가별 심사관 의견에 맞춰 청구항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어, 국가별 권리범위 최적화에 유리하다.
- 출원 대상국이 1~2개로 확정된 경우: 직접출원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
- 12개월 내에 빠른 권리화가 필요한 경우: 국가에 따라 PCT가 오히려 지연 요소
- 각국에서 권리범위를 다르게 가져갈 전략적 이유가 있는 경우: 직접출원이 유연
- 출원 대상이 3~4개국 이상이거나 시장이 미정인 경우: PCT가 우월
자주 묻는 질문
Q. PCT 출원만으로 특허가 받아지는가?
받아지지 않는다. PCT 국제출원은 "국제특허"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국제출원일을 각 지정국에서 출원일로 인정해주는 절차이며, 실제 특허 등록은 각 지정국 국내단계에서 별도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Q. 31개월을 하루 넘기면 회복할 수 있는가?
한국은 정당한 사유에 한해 매우 제한적인 회복 절차가 있으나, 단순한 일정 관리 실수는 인정되지 않는다. 31개월 기한은 사실상 절대 기한으로 관리해야 한다. 31개월은 우선일 기준이라는 점, 휴일이면 다음 영업일로 이연된다는 점만 기억해도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Q. PCT 국제예비심사(IPRP)는 꼭 받아야 하는가?
필수는 아니다. 다만 한국 KIPO가 IPRP를 작성한 경우 한국 진입 시 심사청구료 70% 감면을 받을 수 있고, 청구범위 보정 기회도 한 번 더 주어진다. 권리화 의지가 명확하고 한국이 주요 진입국이라면 청구하는 편이 비용 대비 효과가 좋다.
Q. 한국 출원인이 PCT 우선권 12개월을 놓치면?
우선권 주장 없이 PCT 출원은 가능하지만, 그 경우 PCT 출원일이 곧 우선일이 되어 한국 선출원 대비 신규성·진보성 판단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한국 선출원 공개 전이라면 PCT를 새 출원으로 보내는 방법도 검토 대상이지만, 자기 선출원이 인용발명이 되는 위험을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