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등록받았다고 해서 모든 ‘비슷한 외관’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침해 여부는 결국 물품의 동일·유사성 위에서 디자인 자체의 유사 여부를 따져, 일반 수요자가 보았을 때 다른 심미감을 느끼는지로 결정됩니다. 이 두 단계가 명확히 구별되지 않으면 침해 주장도, 회피 설계도 흔들립니다.
변리사 실무에서 ‘침해 판단’은 단순한 법리 문제가 아니라, 모방품 단속 vs 회피 설계 검토라는 양면 작업입니다. 동일한 법리를 누가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법원이 확립한 전체관찰·요부관찰 법리를 변리사가 실제로 쓰는 4단계 절차로 풀어 보겠습니다.
디자인 유사 판단의 기본 구조
한국 법원은 디자인 유사를 일관되게 전체관찰을 원칙으로, 요부관찰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판단합니다. 디자인을 부품 단위로 쪼개 1대 1로 비교하지 않고, 외관 전체를 놓고 일반 수요자에게 같은 심미감이 환기되는지를 평가합니다. 다만 그 ‘전체’ 안에서도 시선과 주의를 끄는 지배적 부분이 있으므로, 그 요부에 차이가 있다면 세부가 동일해도 비유사로 갈 수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디자인권 침해 판례는 이 법리를 반복적으로 확인합니다. ‘각 요소를 분리해 개별 대비할 것이 아니라 외관을 전체적으로 대비·관찰하여 보는 사람이 다른 심미감을 느끼게 하는지로 판단한다’는 표현이 핵심 문구입니다. 동시에 ‘지배적인 특징이 유사하다면 세부의 차이가 다소 있어도 유사하다’는 보완 법리가 함께 작동합니다.
디자인의 유사 여부는 그 외관을 전체적으로 대비·관찰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이한 심미감을 느끼게 하는지에 따라 판단하되, 그 지배적인 특징이 유사하다면 세부적인 점에 다소 차이가 있을지라도 유사하다.
대법원 디자인권침해금지등 사건 법리(법령정보센터 판례)
1단계 — 물품의 동일·유사성
디자인 침해는 동일·유사한 물품 사이에서만 성립합니다. 디자인 심사기준은 ‘동일물품’을 용도와 기능이 모두 같은 것으로, ‘유사물품’을 용도는 같지만 기능이 다른 것으로 정의합니다. 즉, 외관이 닮았다 해도 물품 분류가 비유사로 평가되면 침해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는 회피 설계 검토에서 가장 먼저 따져 보아야 할 분기점입니다.
| 관계 | 정의 | 예시 |
|---|---|---|
| 동일물품 | 용도·기능 모두 동일 | 전기 주전자 vs 전기 주전자 |
| 유사물품 | 용도 동일, 기능 상이 | 전기 주전자 vs 일반 주전자 |
| 비유사물품 | 용도 상이 | 전기 주전자 vs 보온병 |
2단계 — 디자인의 전체관찰
물품이 동일·유사로 묶이면 그다음은 디자인 자체의 전체적 인상을 비교합니다. 이 단계의 핵심은 ‘일반 수요자’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디자이너의 관점이 아니라, 그 물품을 사고 쓰는 평균적 수요자의 시선에서 외관 전체가 같은 심미감을 환기하는지를 봅니다. 색채·질감·실제 사용 시 노출 면 등도 종합 평가됩니다.
- 도면·사진을 같은 축척·각도로 정렬
- 주요 6면도와 사시도를 함께 비교
- 사용 시 노출되는 면(상면·정면 등)에 가중치 부여
- 색채·질감 표현이 도면에 포함된 경우 함께 평가
- 공지된 디자인은 따로 분리해 ‘공지부분’으로 표시
3단계 — 요부관찰과 공지부분 처리
전체관찰만으로 결론이 잘 나지 않을 때, 법원은 요부관찰로 보완합니다. 요부는 그 물품을 보는 사람의 시선과 주의를 가장 끌기 쉬운 부분이며, 보통 새로운 창작이 집중된 곳입니다. 반면 이미 공중에 알려진 ‘공지부분’은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서 빠지며, 침해 비교 시에도 가중치를 낮춰야 합니다.
등록디자인과 그에 대비되는 디자인이 공지 부분에서는 동일·유사하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특징적인 부분에서 서로 유사하지 않다면 대비되는 디자인은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대법원 디자인권 침해 사건 법리
요부 = 새로운 창작이 모인 곳
‘요부’는 외관 중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부분이 아니라, 그 디자인이 종래 디자인 대비 새롭게 가져온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침해 판단 전에 반드시 ‘이 디자인의 신규성·창작성이 어디에 있는가’부터 정의해야 합니다.
4단계 — 회피 설계의 한계
회피 설계(design around)는 등록디자인을 우회하기 위해 외관을 의도적으로 변경하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위 법리에서 보듯, 요부가 그대로면 세부 변경만으로는 비유사로 가지 않습니다. 색을 바꾸거나, 공지부분을 다르게 그리거나, 표면 패턴을 살짝 바꾼 정도로는 침해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실무의 일관된 결론입니다. 회피 설계가 안전하려면 신규성·창작성이 집중된 요부 자체를 다른 형상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 색채·재질만 변경 — 외관 형태는 그대로 → 침해 가능성 매우 높음
- 공지부분만 재구성 —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 영향 적음 → 침해 잔존
- 요부의 비례·곡률 조정 — 차이 정도에 따라 결과 갈림
- 요부 자체를 다른 디자인 모티프로 교체 — 비교적 안전, 다만 새 모티프가 또 다른 등록 디자인과 충돌하지 않는지 별도 검토 필요
‘조금만 다르게’의 위험
실무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의뢰는 ‘5% 정도만 바꿔 달라’는 요청입니다. 그러나 5% 변경이 요부와 무관한 부분에 집중되면 결과는 침해입니다. 회피 설계 의뢰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등록디자인의 요부와 공지부분을 분리해 표시한 도면을 만들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변리사 워크플로우 — 침해 vs 회피 양면
침해 의심 사안과 회피 설계 의뢰는 거울상이지만, 사용하는 도구는 같습니다. 같은 디자인에 대해 ‘침해를 주장하는 측’이 보면 요부의 유사성을 강조하게 되고, ‘회피를 검토하는 측’은 요부와 무관한 차이를 부각하게 됩니다. 같은 사실관계를 어느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론은 정반대로 가므로, 의뢰 단계에서 입장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계별 산출물
- 1단계 산출물
- 물품 분류표 동일·유사·비유사 라벨 부여
- 2단계 산출물
- 전체 비교 도면 6면도 + 사시도 정렬
- 3단계 산출물
- 요부/공지부분 분리표 선행자료 인용과 함께
- 4단계 산출물
- 결론 의견서 침해/회피 가능성 등급화
자주 묻는 질문
Q1. 일반 수요자가 봤을 때라는 기준이 모호한 것 아닌가요?
‘일반 수요자’는 그 물품을 매장에서 고르고 사용하는 평균적 사람을 의미합니다. 디자이너처럼 모든 디테일을 비교하지도 않고, 완전한 비전문가도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그 물품군의 일반적 구매자가 매장에서 1~2초 안에 받는 인상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런 시각을 의견서에 명시적으로 정의해 두면, 심결·판결 단계에서 다툼의 여지가 줄어듭니다.
Q2. 부분디자인 등록의 경우 침해 판단은 어떻게 다른가요?
부분디자인은 등록받은 ‘부분’만 권리범위입니다. 그 부분이 침해 의심 제품에 동일·유사한 형태로 나타나면 침해가 성립합니다. 다만 그 ‘부분’이 전체 제품에서 어떤 위치·비례로 결합되어 있는지도 함께 고려되므로, 부분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결합 상태와 시각적 비중을 도면화한 분석이 필수입니다.
Q3. 화상디자인의 침해 판단도 같은 법리인가요?
GUI·아이콘·동적 이미지 등 화상디자인도 전체관찰·요부관찰 법리를 따릅니다. 다만 화상은 사용 환경(스크린·기기 표면 등)과의 결합이 권리범위에 영향을 미치므로, 어떤 기기에서 표시되는 어떤 상태인지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퀀스라면 시점별 캡처도 비교 자료로 준비합니다.
Q4. 회피 설계 검토는 출시 전 어느 시점에 해야 하나요?
양산 설계가 거의 확정되기 전, 즉 시제품 단계에서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양산 후에 회피 검토를 하면 금형 수정·재고 폐기 비용 때문에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집니다. 시제품 단계에서 등록디자인 후보군을 모아 요부·공지부분을 분리한 도면을 만들고, 우리 시제품과 1대 1로 비교한 의견서를 받아 두면 출시 직전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